김인호 SC 전략연구소 초빙교수
요즘 지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인공지능과 자율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촉발한 현대전 양상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개발한 과학기술 때문에 지구가 얼마나 위험해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시계가 있습니다. ‘Doomsday Clock’, 일명 ‘지구종말시계’입니다. 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면 지구가 멸망하게 됩니다.
지구종말시계의 탄생은 원자탄과 관련이 있습니다. 1945년 8월 일본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탄은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그 직후 원자탄 개발에 관여했던 핵과학자들은 윤리적인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인류에게 핵위협을 경고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을 중심으로 비영리단체, ‘Bulletin of Atomic Scientist(핵과학자 회보)’를 설립하고 격월로 발간하는 잡지 표지에 시계를 그려 넣기 시작했는데 그 시계가 바로 지구종말시계입니다.
![[이슈] It is now 89 seconds to midnight! 지구종말 89초 전 - 김인호 SC 전략연구소 초빙교수 1 Fig 1](https://gst.kaist.ac.kr/wp-content/uploads/2025/08/Fig-1.jpg)
1947년 6월호에 처음 기록된 시간은 자정 7분전이었습니다. 소련의 원자탄 실험과 미국의 수소탄 실험으로 2분전까지 가까워졌던 시계바늘은 소련 붕괴와 미소간 전략무기감축협정 체결로 17분전까지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6번의 북한 핵실험으로 점점 자정에 가까워지던 시계바늘은 2023년 1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90초전을 기록했습니다.
![[이슈] It is now 89 seconds to midnight! 지구종말 89초 전 - 김인호 SC 전략연구소 초빙교수 2 Fig 2](https://gst.kaist.ac.kr/wp-content/uploads/2025/08/Fig-2.jpg)
(https://en.wikipedia.org/wiki/Doomsday_Clock 자료를 근거로 저자가 재구성)
2025년 올해 1월, 시계바늘이 1초 더 당겨져 89초전을 나타냈습니다. 지구종말시계가 등장했던 1947년 이래 지구가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였다고 분석된 것입니다. 핵과학자 회보가 근거로 제시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 특히 ‘전쟁 무기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슈] It is now 89 seconds to midnight! 지구종말 89초 전 - 김인호 SC 전략연구소 초빙교수 3 Fig 3](https://gst.kaist.ac.kr/wp-content/uploads/2025/08/Fig-3.jpg)
(https://thebulletin.org/doomsday-clock/ 2025-statement/disruptive-technologies 자료를 근거로 저자가 정리)
핵과학자 회보는 전쟁의 양상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 ‘2025년에 주목해야 할 와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 to watch in 2025)’을 설명하면서,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이 핵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비핵무기에 대해서는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표적을 식별하고 심지어 살상 공격까지 감행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외에도 드론 전쟁의 확대와 우주 영역에서의 군사적 경쟁 및 분쟁의 가속화, 세계 각국이 극초음속 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들이 지구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전쟁사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이나 발명은 신산업 발전과 신무기 등장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전쟁에 활용된 후에 일정 기간 지나서 여러 나라로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옥스퍼드 대학 경제학 교수 맥스 로저의 ‘전쟁에 의한 연도별 사망자 수 그래프’와 산업혁명 시점들을 겹쳐 그려보면 그 트렌드가 명확히 나타납니다.
![[이슈] It is now 89 seconds to midnight! 지구종말 89초 전 - 김인호 SC 전략연구소 초빙교수 4 Fig 4](https://gst.kaist.ac.kr/wp-content/uploads/2025/08/Fig-4.jpg)
(https://www.weforum.org/stories/2016/01/are-levels-of- global-violence-falling/ 자료에 저자 의견을 추가)
1784년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산업혁명(1st IR)은 영국의 철도개통으로 이어지고 철도는 1861년 미국 남북전쟁에서 신속한 보급 수단으로 널리 활용이 됩니다. 1866년 독일 지멘스의 대형 발전기 발명으로 촉발된 2차산업혁명(2nd IR) 기술도 미국 포드사의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발전하였고 1941년 2차세계대전 중에 가장 많이 생산되었던 M4 셔먼 전차 양산에 활용됩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이나 발명이 신산업과 신무기로 등장하는데 약 50년, 이후 전쟁에 활용되는데 약 30년, 총 80년 정도 걸려 확산이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으로 오면 그 간격이 더욱 짧아지게 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산업혁명과 미 국방부의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이 동시대에 진행되며 상승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
1969년 인터넷 등장으로 시작된 3차산업혁명(3rd IR) 기술들과 1975년 해롤드 브라운 미 국방장관에 의해 착수된 2차 상쇄전략 기술들이 중첩되면서 신무기 개발과 새로운 작전개념의 도출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감시정찰, 정밀타격, 스텔스, 사이버, 네트워크 등 2차 상쇄전략의 대표 기술들은 1991년 걸프전에서 큰 활약을 하였고 2017년 북한 ICBM 화성 15의 성공을 기준으로 볼 때 여러 나라로 확산된 기간이 40년 정도입니다. 과거 80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4th IR) 기술과 3차 상쇄전략 기술은 그 확산 속도가 더욱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공지능, 무인자율, 유무인복합, 초연결 등으로 기술들이 일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론이 활약하여 국가 간의 전면전을 6주 만에 끝낸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이 2020년,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된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도 2020년입니다. 2022년 발발하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올해 로켓과 드론을 주고 받은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인공지능과 자율기술이 현대전의 주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2014년 착수된 3차 상쇄전략과 2016년 공표된 4차산업혁명 후 불과 5-6년 남짓입니다.
이제는 속도전입니다. 어느 나라가 새로운 과학기술을 먼저 개발해 내느냐, 어느 나라가 민간 기술을 더 빨리 국방에 접목하느냐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범국가적 과학기술 자원을 총동원’하여 이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